수임 전략Studio Ieum

분야를 좁히면 일이 는다는 말

어느 변호사의 첫 명함을 본 적이 있습니다. 앞면에 취급 분야가 열한 줄이었습니다. 민사, 형사, 가사, 행정, 노동, 부동산, 상속, 교통, 손해배상, 그리고 줄이 모자라 깨알 같은 글씨로 더 적혀 있었습니다.

그분이 그러더군요. "뭐 하나라도 걸리라고요."

저는 그 명함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. 변호사는 아니지만, 27년 전 사진관을 열었을 때 제 전단지도 꼭 그랬거든요. 증명사진, 가족사진, 돌잔치, 졸업, 행사, 제품, 다 됩니다. 다 된다고 적은 그 전단지를 받아 든 사람은, 정작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채 주머니에 구겨 넣더라고요.

다 된다는 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었다

모든 분야를 다룬다고 적으면, 의뢰인의 머릿속에 어떤 한 가지로도 남지 않습니다. 이게 그 명함이 한참 뒤에 제게 알려 준 것이었습니다.

분쟁에 처한 사람은 "변호사 잘하는 분"을 찾지 않습니다. 자기 일을 기준으로 찾습니다. 상속으로 형제와 틀어진 사람은 상속을 다루는 사람을 찾고, 부당하게 해고당한 사람은 그 단어 그대로 검색합니다.

열한 줄짜리 명함은 그 어느 검색에도 또렷이 걸리지 않습니다. 전부에 살짝 걸쳐 있으면, 어디에도 깊이 걸리지 않거든요.

그 변호사가 한 줄로 줄인 날

시간이 지나 그분을 다시 만났습니다. 명함이 바뀌어 있었습니다. 열한 줄이 사라지고, 한 분야만 적혀 있더군요.

처음에는 무서웠다고 했습니다. 나머지 열 개를 지우는 게, 들어올 일을 스스로 차 내는 것 같았다고요.

그런데 반대였습니다. 한 줄로 줄이고 나서야, 그 한 줄에 관해 쓸 말이 생겼습니다. 그 분야 의뢰인이 밤에 검색창에 적는 구체적인 질문들이 보이기 시작했고, 거기에 한 편씩 답을 적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. 열한 줄일 때는 무엇부터 써야 할지 막막해서 한 글자도 못 적었는데 말입니다.

  • 좁힌 분야의 의뢰인이 실제로 검색하는 상황을 적어 봅니다.
  • 그 구체적인 질문(롱테일 키워드)에 정직한 답을 한 편씩 답니다.
  • 첫 연락이 곧장 변호사 본인에게 닿는 통로를 늘 열어 둡니다.

이렇게 검색에 자연히 닿아 들어오는 흐름을 오가닉 유입이라고 부릅니다. 사건이 마를 때 통로부터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첫 사건이 안 들어올 때 본 것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.

좁히는 게 버리는 게 아닌 이유

분야를 좁힌다는 건 일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, 발견되는 입구를 또렷하게 만드는 일입니다.

열한 줄로 넓게 펼쳐 두면, 검색하는 사람의 눈에는 흐릿한 안개처럼 보입니다. 반대로 한 줄에 깊이 들어가면, 그 한 줄을 검색한 사람에게는 또렷한 한 사람으로 남습니다.

저는 이걸 왜 이렇게 보느냐면, 사진관에서 똑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. 다 찍는다고 적었을 때보다, 가족사진 한 가지에 집중한다고 적었을 때 오히려 돌잔치 문의도 같이 늘었습니다. 한 가지를 깊이 한다는 인상이, 결국 곁가지 일까지 데려오더라고요.

물론 처음 좁히는 순간의 두려움은 압니다. 그래서 좁힌다는 건 평생을 못 박는 게 아니라, 지금 검색에 또렷이 보일 한 입구를 먼저 닦아 두는 것에 가깝습니다.

좁힌 한 줄을 어디에 쌓느냐

여기서 갈림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. 좁힌 그 한 줄을 광고로 사느냐, 검색에 쌓느냐.

광고로 그 키워드를 사면, 비용을 넣는 동안만 위에 보입니다. 광고는 끄는 순간 사라지지만, 검색에 쌓인 글은 비용을 멈춰도 그 자리에 남습니다.

좁힌 분야로 글을 한 편씩 쌓아 두면, 그 글은 본인이 다른 사건에 매달린 밤에도 조용히 그 분야 의뢰인을 만납니다. 빌린 통로와 쌓은 통로가 1년 뒤 어디에 서 있는지는 광고로 빌린 통로와 스스로 쌓은 통로에서 나란히 비교해 두었습니다. 느리게 한 편씩 짓는 마음가짐은 느리게 짓는 통로가 결국 남는다에 적어 두었고요.

자주 묻는 질문

변호사 분야 전문화, 일이 더 줄지 않나요?

좁히는 순간엔 줄어 보이지만, 한 분야로 검색에 또렷이 보이면 그 입구로 들어오는 흐름이 오히려 잡힙니다. 다만 사건 수나 수임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.

분야를 몇 개까지 좁혀야 하나요?

정해진 숫자는 없습니다. 다만 열 줄을 적는 것보다 한두 가지에 관해 쓸 말이 생기는 만큼 좁히는 편이, 검색에 글을 쌓기엔 수월합니다.

좁힌 분야로 검색 1위를 만들어 주나요?

검색 순위는 보장하지 않습니다. 저희가 하는 일은 사건 연결이 아니라, 좁힌 그 분야가 검색에 노출되도록 정직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뿐입니다.

급히 연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. 이 글 외에 전관 없이 시작하는 수임 같은 글을 두세 편 더 읽어 보시고, 마음이 정해질 때 전화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.

솔직히 한 가지는 말씀드려야겠습니다. 분야를 좁힌다고 그 자체로 일이 느는 건 아닙니다. 좁힌 자리에 글이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, 그 시간을 견디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. 이 글은 일반적인 관점을 정리한 것이며, 특정한 수임 결과나 검색 순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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