의뢰인이 쓰는 말로 쓴다는 것
지금 본인 블로그 글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, 그게 의뢰인이 칠 법한 말입니까?
저는 이 질문 하나가 꽤 많은 걸 가른다고 봅니다. "공유물분할청구의 요건과 절차"라는 제목을 새벽에 검색창에 그대로 치는 사람은, 이미 변호사를 한 번 만난 사람입니다. 정작 처음 겁먹은 사람은 "형이 땅 안 나눠줘요"라고 칩니다. 의뢰인이 쓰는 검색어는, 거의 늘 변호사가 쓰는 단어의 바깥에 있습니다.
저도 사진을 27년 찍으며 같은 자리를 지나왔습니다. 손님은 "단렌즈 인물 보케"라고 검색하지 않더라고요. "돌사진 어디서 찍어요"라고 칩니다.
같은 일입니다.
의뢰인이 쓰는 검색어는 왜 변호사 글을 비껴가나
질문부터 답하겠습니다. 두 사람이 같은 사건을 부르는 이름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.
변호사는 사건의 결론을 이름으로 씁니다. 의뢰인은 자기가 겪은 장면을 그대로 칩니다. 같은 한 건의 상속 다툼인데, 한쪽은 "상속회복청구"라 부르고 다른 한쪽은 "죽은 아버지 통장 형이 다 빼감"이라고 부릅니다.
문제는 검색창이 정확히 친 말끼리만 이어 준다는 데 있습니다.
- 변호사가 쓴 제목: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의 실무상 쟁점
- 의뢰인이 친 말: 빌려준 돈 안 갚고 연락 두절
이 둘은 평생 만나지 못합니다. 잘 쓴 글이라도, 그 사람의 말과 닿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글과 다를 게 없습니다.
여기까지가 의뢰인은 변호사를 어떻게 찾나에서 짚은 큰 그림이라면, 오늘은 한 칸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. 그 간극을 내 글에서 어떻게 좁히느냐 하는 이야기입니다.
원인은 글의 출발점을 변호사 자신에게 두기 때문
왜 자꾸 어긋날까요. 글을 쓸 때 출발점을 내 전문성에 두기 때문입니다.
자연스러운 일입니다. 어렵게 익힌 지식이니 정확한 용어로 쓰고 싶고, 동료가 봐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도 있습니다. 그런데 그 마음으로 쓰면 글의 첫 문장이 결론어로 채워집니다. 결론어는 그 결론을 이미 아는 사람만 검색합니다.
생각해 보면 검색은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.
처음엔 "남편이 집 명의를 시댁으로 돌려놨어요"로 시작했다가, 어느 글에서 "사해행위취소"라는 말을 처음 배우고, 그제야 그 단어로 다시 검색하더라고요. 의뢰인은 글을 읽으며 자기 사건의 이름을 배웁니다. 그 첫 칸을 놓아 주는 자리가, 의뢰인의 말로 연 글입니다.
일반적으로 검색 시장에서 알려진 추정으로는, 사람들이 실제 입력하는 검색어의 상당수가 짧은 핵심어가 아니라 문장에 가까운 긴 형태라고 합니다. 이런 긴 검색어를 롱테일 키워드라고 부릅니다. 하나하나는 검색량이 작지만, 딱 그 처지에 놓인 사람이 칩니다. 덜 붐비고 더 정확한 통로인 셈이죠. 이 결은 롱테일 키워드가 변호사에게 유리한 이유에 따로 풀어 두었습니다.
해결은 내 제목을 의뢰인의 말로 되감아 보는 것
그럼 어떻게 좁힐까요. 거창한 도구가 아니라, 책상 앞에서 혼자 해 볼 수 있는 되감기 한 번이면 시작됩니다.
저는 이걸 세 칸 되감기라고 부릅니다.
- 내가 쓰려는 사건명을 한 칸에 적는다. (예: 유류분반환청구)
- 그 사건을 처음 겪는 사람이 그날 밤 무슨 일을 당했는지 한 문장으로 적는다. (예: 부모님이 다른 형제한테만 재산을 다 주고 돌아가셨어요)
- 그 문장에서 그 사람이 검색창에 칠 법한 토막을 뽑는다. (예: 부모 재산 한 명한테만 물려줌, 유산 못 받음)
3번에서 나온 말들이 곧 제목 후보입니다. 그리고 본문 안에서 그 일이 법적으로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조용히 이어 줍니다. 들어오는 문은 일상어로, 나가는 문은 법의 언어로. 감정으로 들어와 안내받고 나가게 하는 구조입니다.
한 사안만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.
한 변호사님이 "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"라는 글을 써 두셨는데 한 달 동안 유입이 거의 없었습니다. 세 칸 되감기를 같이 해 봤더니, 그날 밤 그 사람의 문장은 "보증금 안 돌려주고 집주인이 연락 끊었어요"였습니다. 제목을 그 말로 다시 열고, 본문 첫 단락에서 "이게 법적으로는 보증금반환청구라는 절차입니다"라고 한 줄 이어 붙였습니다. 사건명은 글 안에 그대로 살아 있되, 들어오는 입구만 사람의 말로 바꾼 거죠.
순위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장담하지 못합니다. 다만 글이 누가 칠 말인가라는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된 건 분명했습니다.
이렇게 쌓는 글은 광고와 결이 다릅니다. 광고는 끄는 순간 사라지지만, 의뢰인의 말로 연 글은 비용을 멈춰도 그 자리에 남아 같은 처지의 사람을 계속 만나러 갑니다. 더 긴 흐름은 검색되는 글을 쓰는 법에 이어 두었습니다.
분명히 해 두겠습니다. 이건 도깨비방망이가 아닙니다. 길 하나일 뿐이고, 걷는 건 변호사님 몫입니다.
자주 묻는 질문
의뢰인이 쓰는 검색어는 어떻게 알아내나요
특별한 장비 없이도 세 칸 되감기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. 사건명을 그날 밤의 한 문장으로 풀고, 그 문장에서 칠 법한 토막을 뽑는 방식입니다. 더 정밀하게는 키워드 도구로 실제 검색량을 확인하는 법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.
글을 의뢰인 말로 쓰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지 않나요
도입을 의뢰인의 말로 열고 본문에서 법적 의미를 정확히 짚으면 둘 다 잡힙니다. 입구만 일상어로 두고 안쪽은 법의 언어로 채우는 구조라, 전문성은 그대로 남습니다.
사건명과 의뢰인의 말, 둘 중 무엇을 제목에 써야 하나요
제목 앞쪽엔 의뢰인이 칠 말을 두고, 사건명은 본문 첫 단락에 자연스럽게 넣는 편이 현실적입니다. 한 글에 둘을 한 번씩 두면 검색 입구와 법적 정확성을 모두 살릴 수 있습니다.
다음 글에서는 이 "세 칸 되감기"로 뽑은 말들을 한 사안씩 실제 제목으로 바꿔 가는 작업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. 오늘은 여기까지.
급히 연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. 글 두세 편 더 읽어 보시고, 의뢰인의 말로 글을 여는 방식이 본인 자리에 맞겠다 싶을 때 전화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.
이 글은 일반적인 관점을 정리한 것이며, 검색 순위나 특정 결과, 수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.